허머를 잡아라
JEEP RESCUE
지프 레스큐는 허머를 의식해 만든 대형 SUV 컨셉트카다. 닷지 램 픽업의 프레임을 쓰고 37인치 타이어를 끼워 우람한 자태를 자랑한다. 유압식 에어 서스펜션으로 차고를 조절할 수 있고 풀타임 4WD에 로 기어를 달았다. 3D 지도와 내비게이션, 위성 송신이 가능한 비디오 레코더, 적외선 카메라 등 구조장비도 가득하다. 완전히 열리는 지붕은 레저용차의 매력을 한껏 높여 준다
몇년 전 미국 자동차업계를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 있었다. 크라이슬러가 GM 산하로 들어간 허머를 상대로 디자인 저작권 소송을 낸 것이다. 허머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분쟁의 씨앗이었다. 크라이슬러는 7개의 수직 그릴이 지프의 고유 디자인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허머의 손을 들어 주었다.
허머를 처음 만든 AMC가 크라이슬러에 합병된 것은 사실이지만, 군용차 부문은 따로 떼어 매각했기 때문에 허머도 7개의 그릴을 쓸 권리가 있다는 판결이었다. 크라이슬러의 소송은 허머의 이름값만 올려 준 꼴이 되었다.
지프가 미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4WD의 원조로 인정받지만 근래 들어 위상에 걸맞는 대우를 받지 못했다. 자주 비교되는 영국의 랜드로버가 럭셔리 브랜드로의 변신에 성공한 것과 달리 지프는 아직 대형 SUV 하나 없다. 올 1월 북미 국제 모터쇼에 나온 지프 레스큐는 이런 핸디캡을 극복하고자 하는 야심을 담고 있다.
우람한 체구에 구조장비 가득 실어
발표회장에서 레스큐를 소개한 사람은 크라이슬러 그룹 디자인 수석 부회장인 트레버 크리드였다. 그는 확신에 찬 어조로 레스큐를 이렇게 자랑했다.
“레스큐는 클래식 지프에 대한 현대적인 해석에서 시작되었고, 미래의 대형 모델에 대한 힌트일 뿐 아니라 전통을 새롭게 만들 차다.”
겉모습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압도적인 크기다. 크라이슬러의 픽업트럭인 닷지 램 1500(레귤러 캡)의 섀시를 응용해 만든 차체는 허머 H2를 많이 닮았다. 3천124mm에 이르는 휠베이스는 허머 H2(3천118mm)보다 길고, 차고도 2m를 훌쩍 넘어 탄탄한 느낌을 준다. 섀시 너비가 80인치(2천032mm)나 되고, 37인치의 거대한 타이어를 끼워 당당하다.
앞모습은 전형적인 지프다. 둥근 헤드라이트와 7개의 수직 그릴이 랭글러를 떠올리게 한다. 2001년 같은 무대에서 첫선을 보이고, 지난해 5월 서울 수입차 모터쇼에도 나왔던 지프 윌리스Ⅱ와도 닮았다. 이 차는 앞으로 지프 브랜드의 얼굴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레스큐(구조)라는 이름에 걸맞게 앞뒤 범퍼에는 원격조종이 가능한 윈치가 달렸고, 넓게 떨어진 앞 펜더는 영락없이 랭글러다. 윈드실드에는 경첩이 달려 유리를 앞으로 젖힐 수 있다. 4개의 도어는 랭글러처럼 볼트를 풀면 간단하게 위로 들어 올려 뗄 수 있다. 운전석 위의 선루프는 뒤로 밀려나 완전히 열리고, 캔버스로 된 뒤쪽 지붕을 앞으로 접어 올리면 완전한 오픈카로 변신한다. 이때 A, B, C필러가 롤케이지 역할을 한다.
앞 서스펜션에는 유압과 압축공기를 쓰는 에어 서스펜션, 뒤쪽에는 강성 코일 스프링이 들어가 있다. 서스펜션을 최고 4인치(약 10cm) 높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37인치 타이어는 굿이어에서 만든 MT급으로 펑크가 나도 달릴 수 있는 런플랫 기능을 갖추어 스페어 타이어가 없다. 대시보드에서 공기압을 조절할 수 있는데, 노면 상황에 맞춰 자동으로 공기압이 조절되어 최고의 접지력을 발휘한다. 램 픽업은 앞쪽에 독립식 구동계통을 쓰지만 레스큐는 오프로드 성능을 높이기 위해 앞뒤 모두 리지드 액슬을 썼다. 견인고리는 기본.
오픈카로 변신되는 5+2인승 실내
실내는 기능적으로 꾸몄다. 5인승이지만 2열 시트 뒤에 벤치시트를 얹어 두 명이 더 탈 수 있다. 각 시트에는 4점식 벨트를 달았다. 두 개의 커다란 계기는 왼쪽에 속도계와 연료 게이지, 오른쪽에는 타코미터와 수온 게이지를 넣었다. 에어백이 내장된 스티어링 휠에는 각종 스위치가 모여 있어 핸들에서 손을 떼지 않고도 장비 조작을 할 수 있다. 센터페시아 위에는 대형 모니터를 넣었다. 내비게이션과 지도는 3D로 표현되어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차 바닥에 달린 카메라에서 찍은 영상을 보내 장애물을 피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구조활동에 필요한 장비도 가득하다. 1만 와트(W)의 대용량 발전기가 달려 220V 전기장치를 무리 없이 쓸 수 있고, 인체의 열을 감지하는 적외선 카메라를 통해 빠르게 부상자를 찾을 수 있다. 위성전화는 기본, 수신 범위가 넓은 VHF 라디오도 더해졌다. 디지털 비디오 레코더는 실시간으로 위성을 통해 영상을 보내 상황을 간단하게 알릴 수 있다. 루프 캐리어에는 전기 소모량이 적은 LEV 라이트를 달아 먼거리를 비춘다.
구동계통의 제원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엔진은 램 픽업에 쓰기 위해 개발 중인 커민스 디젤로 V8 325마력을 내고, 5단 수동기어를 얹었다. 지프는 휘발유 엔진이 주류로, 이번에 디젤 엔진을 선택한 것은 오지에서는 경유를 구하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풀타임 4WD에 로 기어를 갖춰 험로 달리기에 대비했다.
내년에 그랜드 체로키의 신형이 나온다. 레스큐는 이후에 나올 대형급 SUV에 많은 참고가 될 것이다.
[출처] JEEP RESCUE|작성자 암사